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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왜 떨어질까 - 채권 가격과 수익률의 관계

by Finlize hub 2026. 5. 21.

채권을 공부하다 보면 가장 처음 부딪히는 벽이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오른다." 이 문장입니다. 책에도 적혀 있고 뉴스에서도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처음 들으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가 더 많이 붙는 거니까 채권도 좋아져야 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오늘은 이 헷갈림을 한 번에 풀어보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채권이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부터 짚고 가야 합니다.

채권이라는 게 정확히 뭔가요

채권은 한마디로 빚 증서입니다. 정부나 기업이 돈이 필요할 때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입니다. 다만 일반 차용증과 다른 점은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00만 원짜리 채권을 발행한다고 해봅시다. 만기는 5년, 이자는 연 5%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채권을 사면 5년 동안 매년 5만 원씩 이자를 받고, 만기가 되면 원금 100만 원을 돌려받게 됩니다. 단순한 구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한 번 발행될 때 정해진 이자는 만기까지 바뀌지 않습니다. 5% 이자 채권이면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매년 5만 원씩 나옵니다. 둘째, 만기 전이라도 이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 두 가지 특성이 합쳐지면서 "채권 가격"이라는 개념이 생깁니다.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상황을 하나 가정해 보겠습니다. 작년에 어떤 회사가 5% 이자를 주는 100만 원짜리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제가 이걸 샀고, 매년 5만 원씩 이자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금리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비슷한 신용도의 새 채권이 7%의 이자를 주고 있습니다.

자, 여기서 제가 가지고 있는 5% 채권을 누군가에게 팔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100만 원으로 새 채권을 사면 7만 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누가 굳이 5만 원밖에 안 주는 제 채권을 100만 원에 사주려고 할까요? 아무도 안 삽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팔 수 있을까요? 답은 가격을 낮춰서 파는 겁니다. 제 채권을 90만 원이나 85만 원에 내놓으면,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년 받는 이자는 5만 원으로 그대로지만 산 가격 대비 수익률은 7%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야 새 채권과 경쟁이 됩니다.

바로 이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말의 진짜 의미입니다.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이미 발행된 낮은 이자율 채권은 매력이 떨어집니다. 가격을 깎아야만 팔립니다. 반대로 시장 금리가 내려가면 이미 발행된 높은 이자율 채권은 매력이 커집니다.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려고 합니다. 그래서 가격이 올라갑니다.

만기수익률이라는 개념은 또 뭔가요

채권을 이야기할 때 "만기수익률"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영어로는 YTM, Yield to Maturity라고 합니다. 처음 들으면 어려운 용어 같지만, 사실 뜻은 단순합니다.

만기수익률은 "지금 이 채권을 산 가격에서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매년 얻게 되는 수익률"을 의미합니다. 표면이자율과는 다릅니다. 표면이자율은 채권에 적혀 있는 고정된 이자율, 즉 발행 당시 정해진 숫자입니다. 만기수익률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실질 수익률입니다.

조금 전 예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5% 표면이자율의 채권을 90만 원에 샀다고 해봅시다. 매년 5만 원의 이자를 받고, 4년 후 만기에 100만 원을 돌려받습니다. 이걸 다 합쳐서 계산하면 만기수익률은 약 7% 수준이 나옵니다. 산 가격이 액면가보다 싸기 때문에 만기에 차익까지 챙길 수 있고, 그게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겁니다.

반대로 110만 원에 샀다면 만기수익률은 표면이자율 5%보다 낮아집니다. 비싸게 산 만큼 만기 때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보입니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만기수익률은 올라가고, 채권 가격이 오르면 만기수익률은 내려갑니다. 가격과 수익률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건 채권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입니다.

그럼 만기까지 가지고 있으면 손해 안 보는 거 아닌가요

여기서 또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어차피 만기까지 가지고 있으면 원금 100만 원 돌려받고, 매년 이자도 받는데, 가격이 떨어지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채권을 발행 시점에 사서 만기까지 들고 가면, 중간에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든 약속된 원금과 이자를 다 받습니다. 그 자체로는 손해가 없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첫 번째 함정은 기회비용입니다. 금리가 오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새 채권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나만 5% 채권에 묶여서 그 기회를 놓치는 셈입니다. 직접적인 손실은 아니지만, 더 많이 벌 수 있었던 돈을 못 번 거니까 실질적인 손해입니다.

두 번째 함정은 중간에 팔아야 할 때입니다. 갑자기 돈이 필요해서 만기 전에 채권을 팔아야 한다면, 그 시점의 시장 가격으로 팔아야 합니다. 금리가 많이 올랐다면 채권 가격은 떨어져 있을 테고, 원금보다 적게 받게 됩니다. 이건 명확한 손실입니다.

또 하나, 채권형 펀드나 채권형 ETF에 투자하는 경우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펀드와 ETF는 만기까지 들고 있는 게 아니라 시장 가격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즉시 평가손실이 발생합니다. 2022년에 많은 분들이 채권형 펀드에서 손실을 본 이유가 바로 이거였습니다. "안전하다"고 알려진 채권 상품에서 두 자릿수 손실이 나오니까 충격이 컸습니다.

채권 가격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같은 1%p 금리 인상이라도 모든 채권 가격이 똑같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만기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가격 변동 폭이 더 큽니다. 이걸 듀레이션(Duration)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만기가 1년 남은 채권은 지금 금리가 1%p 올라도 가격 하락 폭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어차피 1년만 지나면 만기가 와서 원금을 돌려받으니까요. 시장 금리에 노출되는 기간이 짧습니다.

반면 만기가 30년 남은 장기 국채는 1%p 금리 인상에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3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묶여 있는 자금이라 금리 변화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보면 듀레이션이 1년인 채권은 금리 1%p 변동에 약 1% 정도 가격이 움직이고, 듀레이션이 10년인 채권은 약 10% 가까이 움직이는 식입니다.

그래서 같은 금리 인상기에도 단기 채권에 투자한 사람과 장기 채권에 투자한 사람의 체감 손실이 전혀 다릅니다. 채권에 투자할 때 만기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그러면 어떤 시기에 채권을 사야 하나요

여기서 한 가지 일반론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되는 시기에는 채권이 매력적인 자산이 됩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오르니까, 표면이자를 받는 동시에 시세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계속 올라가는 시기에 장기 채권을 사면 가격 하락의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이럴 때는 만기가 짧은 채권이나 단기 자금시장 상품 쪽이 안전합니다.

2026년 5월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2.50% 수준이고, 한국은행은 2025년 10월에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한 뒤 단계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왔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채권 시장이 다시 주목받는 흐름이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에는 항상 변수가 있으니, 특정 시점에 채권을 무조건 사라는 식의 조언은 위험합니다.

정리하면

채권 가격과 금리, 만기수익률의 관계는 결국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시장 금리가 움직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바뀌고, 그래서 가격이 조정된다. 금리가 오르면 옛날 채권은 인기가 떨어지고 가격이 빠집니다. 금리가 내리면 옛날 채권은 인기가 올라가고 가격이 뜁니다.

만기수익률은 그 가격 변화를 반영한 진짜 수익률입니다. 채권에 적혀 있는 이자율(표면이자율)이 아니라, 지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숫자라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채권은 "안전자산"이라는 표현이 자주 따라붙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부도 위험이 낮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가격 변동 자체는 분명히 존재하고,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만기의 채권을 잡으면 주식 못지않은 평가손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채권은 단순히 "이자 받는 상품"이 아니라, 가격이 움직이는 자산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시면 시장 뉴스를 훨씬 입체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에 "10년물 국채 금리 0.1%p 상승"이라는 뉴스를 보시면, 그 뒤에서 채권 시장의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림이 그려지실 겁니다.